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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과 생활/도쿄맛집

30년 교자전문, 一圓 三鷹北口店 (이치엔 미타카키타구치점) / 일본어로 만두는?

by 하네다상 2020. 12. 30.

집에서 요리를 해 먹을 작정으로 집 근처 저렴한 슈퍼를 향해 자전거를 밟고 있었다. 

쇼핑을 위해 에이티엠에 가서 현금을 뽑고 나오는데,

동행했던 친구가 오는 길에 맛있어보이는 라멘집을 보았다며 가자고 했다. 

 

살짝 눈길이 갔던 곳이라 대충어디인지 감이 왔다. 

낡은 간판에 사람들의 손때를 간직한 것 같은 작은 식당.

'낡은 식당=맛있음'이라는 공식을 적용해도 될 법 한 그런 가게였기 때문이다. 

 

만들어먹는 게 확실히 식비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꼭 만들어먹자며 다짐한 터라, 

조금 주저했지만, 그곳의 맛이 궁금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一圓 三鷹北口店 이치엔 미타카키타구치점

 

 

낡은 건물과 노렝(のれん:점포 안으로 들어갈 때 현관문 앞에 걸어두는 천),

그 바로 옆에서는 1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서 한 남성이 온 힘을 다해 만두를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오며 가며 교자 굽는 구수한 냄새는 물론이고, 그가 최선을 다해서 만두를 만드는 모습이 

'이 집 만두는 정성을 다해 만든 만두야. 맛이 널 배신하지 않을 거야.'라는 두 번째 확신을 준다.

일본의 개인상점의 마케팅은 '요리 냄새와 그들의 정성이 묻어나는 것'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행렬을 만들어 군중심리를 일으키는 것'도 있지만

이 방법이 맛과 직결되니 신뢰성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안으로 들어가자 점심시간에 얼마나 많은 교자를 구웠길래

이미 옷에는 교자와 기름의 냄새가 밴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기분 나쁘진 않다. 

맛있는 교자를 만드는 곳엔 당연히 굽는 냄새가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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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만두饅頭이야기

일본에서는 만두를 '餃子'라 쓰고 '교-자'라고 읽는다. 

중국어에서 'Jiaozi 쟈오즈'라고 하는 것과 같은 한자이다. 

 

이외에도

水餃子(미즈교자): 물만두

中華まん(츄-카망): 찐만두,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중화만두. 

焼売(슈-마이) : 얇은 만두피로 싼 찐만두. 요코하마 명물이기도 하다.

 

한국의 만두를 한자로 쓰면 饅頭, 이 한자를 일본어로 읽으면 '만쥬-'가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밤이나 팥소가 들어간 밤만쥬의 '만쥬'가 바로 여기서 유래됐다. 

가루로 겉을 싸고 속에는 만두소가 들어간다는 점은 같지만 만두는 츄카망이나 교자에 가깝고, 

만두를 일본식으로 읽은 만쥬는 디저트에 가깝다. 

 

어쩌다가 이 둘이 이렇게 운명의 바통터치를 하며 한자가 뒤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구워도 먹고 쪄서도 먹는 그 만두가 바로 밤만쥬와 같은 한자를 쓴다는 사실.

 

안으로 들어가면 약간의 카운터석과 4인용 테이블이 네 개 정도 있는

작은 가게여서 비좁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넉넉한 공간이었다.

두 명이었지만 4인용 테이블을 내어주어서 그곳에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은 나쁘지 않다. 기본 라멘은 700엔 정도. 

볶음밥(チャーハン 챠-항)이 세트로 붙으면 800엔 정도 한다. 

후쿠오카에서 2년을 살다 도쿄로 오니 도쿄의 라멘 값은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돼지뼈를 푹 고아서 만든 돈코츠라멘이 한 그릇에 280엔(2020년 기준)인 곳도 있는데, 

도쿄는 라멘이 한 그릇에 700엔 가까이하다니 이것이 물가의 차이란 말인가. 

이래서 후쿠오카 사람이 이치란과 잇푸도(한 그릇에 천 엔 가까이함)를 안/못 먹는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곳에서 핵심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점보교자 (ジャンボ餃子)는 하나에 110엔인데 2개부터 주문이 가능하단다. 

다행히도 우리는 두 명이서 왔기 때문에 2개를 주문하고 라멘+볶음밥 세트, 부추 돼지 덮밥 세트 이렇게 총 3개를 주문했다. 

점보교자. 윗면은 바삭! 뒷면은 부드럽다

만두가 가장 먼저 온다. 

일본에서 만두를 먹을 때에는 가게에 준비된 간장과 식초를 반반 비율로 섞는다. 

비율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섞으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고춧기름(ラー油)도 준비돼 있는데 조금 넣어주었다.

 

크기에서 한 번 놀랐고, 

꽉 차고 맛있는 만두소에 놀랐고, 

한 면은 파삭, 한 면은 촉촉한 것에 놀랐다. 

또 육즙이 있어서 너무 맛있었다. 일본에선 이것을 ジューシー쥬-시-라고 표현한다.

 

일본 교자 굽는 방식의 특징은 철판을 이용하여 

한 면만 파삭하게 하고 전분물을 부어 바삭한 날개가 붙은 교자(羽付き餃子 하네츠키교자)로 파는 경우가 많다. 

점보만두는 날개가 붙진 않았지만, 바삭한 면과 촉촉한 면이 드라마틱하게 입안에서 조화가 되어 맛있었다. 

 

볶음밥, 맛있지만 한국인입맛엔 좀 짜지 않을까?

다른 메뉴는 조금만 솔직해져 보자면, 

미소라멘과 볶음밥은 평범한 맛이었다. 

미소라멘은 생각한 것보다 진한 된장 맛이 아니었고, 

볶음밥은 꽤 짭짤했다. 

미소라멘

 

부추 돼지볶음 덮밥 또한 평이하게 맛있었다. 

부추돼지고기 덮밥

호불호가 꽤나 갈릴 것 같은 든든한(?) 맛과 양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잘 먹었다. 

 

교자는 이 곳의 주인공이다. 

밥하고 교자하고도 많이 먹으니 다시 오면 갓 구운 점보교자를 집중해서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