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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여행과 생활/브라질 생활기

#1. 브라질에서 22일을 지내보았다.

by 하네다상 2023. 10. 24.

브라질 풍경 그 잡채

브라질로 이사하다

비행기만 24시간을 타고 경유를 포함하면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리는 거리.

한국에서 지구의 정반대방향에 있는 브라질에 왔다.

 

한 달간 지낸 이곳은 브라질 남부지역의 산타카타리나주.

앞으로 10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 지내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일본에서 살던 우리 둘은, 남편이 가족을 그리워해서 그의 모국인 브라질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우리 반려견 짜파와 함께.

 

첫 여행과 달라진 점

브라질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 직전 딱 한 번. 여행으로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다. 단 3주간이었지만 꽤 즐거웠고, 꽤 힘들었다.

날씨와 다른 정서, 문화차이에 적응하기도 전에 이곳저곳 이동하기 바빴어서 브라질이 어떤 곳인지 알아가기 쉽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포르투갈어(이하 포어)도 생활에 필요한 기초 용어와 문법도 익혀왔겠다

지난번 경험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한 각오도 단단히 해온 덕에 브라질 생활의 곳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게 됐다. 

 


브라질 생활 22일차 소감

볼뽀뽀는 아직...

브라질의 인사라고하면 끌어안고 한쪽 볼을 맞대며 뽀뽀를 쪽 하는 베이죠가 있다.

다른 집 가족들은 어떤진 모르지만 우리 집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 갔다가 집에 와서, 자기 전에... 하루에 세 번은 하는 것 같다.

가족들끼리 하루중 인사할 땐 대부분 허그이지만...

 

나는 오기 전부터 이 인사가 아직은 쑥스러워서 어렵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왜냐면 몇년 전 브라질 여행에서 니콜리(시누이)의 남자친구가 나에게 볼뽀뽀로 인사를 해오는데 괜스레 너무 민망했다.

이런 걸 유교걸이라고 부르는 걸까

이번에는 오기 전부터 미리 남편에게 이런 점을 상담했더니 볼뽀뽀가 어려우면 악수로 인사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었다. 

종종 기회가 되면(?) 볼뽀뽀 인사를 하고 대부분은 악수로 회피 중이다.

 

내게도 언젠가 볼뽀뽀인사가 익숙해질 때가 올까?


 

브라질 식탁 단골메뉴, 페이조아다

의외로 음식이 입에 맞다

한국음식을 이야기할 때 삼겹살을 구워 먹는 문화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듯 브라질에는 슈하스코(churrasco)가 있다.

긴 꼬챙이에 끼워 구운 고기를 통째로 들고 다니며 눈앞의 테이블에서 직접 썰어서 서빙하는 대표적인 고기구이요리이다.

삼겹살을 정말 좋아하는 내게 이 슈하스코를 비롯한 각종 고기구이는 입맛에 안 맞기가 더 힘든 요리일 것 같다.

 

페이조아다(feijoada)라는 요리도 우리나라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만큼이나 많이 먹는 요리인데,

아주 처음에 이 요리를 접했을 때 미관 때문에 꽤나 거부감이 심했다. 

콩과 돼지 귀와 다리 같은 각종 부위에 소시지를 넣고 푹 끓인... 이상한 팥죽색의 요리.

그리고 이번에 몇 년 만에 다시 이 요리를 접했는데 꽤 맛있다. 역시 익숙해지면 못 먹을 건 없어.


 

요즘 릴렉스 그 잡채인 내 생활과 닮은 나무에 걸린 하이네켄...?

무표정의 낙천적인 사람들 

호주에서 결혼식장에서 웨이트리스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브라질 친구들이었다.

세상 덤덤한 표정으로 누구보다 날 챙겨주었다. 말투도 느릿하고, 영어가 느렸던 날 도와주고 기다려주었다.

그때의 친구들의 출생지와 지금 내가 사는 지역은 거리가 좀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열정적이고 화끈하다고 소문난 남미사람들의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느긋하고 차분함도 있는 게 바로 브라질 사람이다.

난 빨리빨리와 열정이 동일어라고 착각하고 있어서 그들의 이 느긋함이 때론 열정이나 의욕이 없는 게 아닐까 했다.

하지만 느긋하면서 의욕이 있을 수 있고, 무표정이면서 친절할 수 있고 낙천적일 수 있다.

브라질 사람들을 겪으며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한국의 한 방송 중 외국인의 여행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있다.

그 특유의 느긋함 때문에 여행지에 가는 곳마다 문이 닫혀서 여행도 제대로 못 즐겼다는 브라질 사람.

내 남편이 딱 그런 사람인데 진짜 옆에서 보면 답답해서 가슴 칠 노릇이지만,

그렇게 남편 실수에 성화를 내던 내가 어느 날 실수를 하면 꼬투리를 잡을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덕분에 나도 자꾸자꾸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브라질이 가진 느긋함의 힘이 나에게 스멀스멀 물들어 가나보다.

 


 

개들은 좋아하는 시원한 타일바닥

독특한 청소문화

브라질 방청소 리액션 영상 캡쳐

 

TikTok · Greengo Dictionary 님

좋아요 58.2K개, 댓글 929개가 있습니다. "🇧🇷 silêncio os gringos estão descobrindo a faxina brasileira 🤫”

www.tiktok.com

요즘 틱톡이랑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웃긴 동영상. 

브라질의 독특한 방청소 방식에 한 외국인이 리액션하는 영상인데 아직 안 보셨다면 꼭 보시길!

 

방에 물 흥건하게 뿌리고 거품내서 청소하는게 진짜 웃기다.

그게 진짜냐며 지인들이 물어오는 데, 거기에 답해주는 게 요즘 재미이다.

브라질의 방바닥은 우리처럼 장판은 당연히 아니고, 일본처럼 목재 바닥도 아니며, 화장실처럼 타일로 붙인 바닥이다. 

그래서 물청소가 가능한 건 사실인데 우리집의 경우 영상처럼 물을 흥건하게 붓고 거품을 왕창내서 하는 청소는 아니다.

약간의 락스와 세제를 섞어서 바닥을 청소한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건물입구를 거품왕창내서 청소하는 걸 보고 기겁한 적은 있다.

반려견 산책도 하는 거리이기도 한데 보도에 그대로 그 세제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이상한 광경이었다.

한국인인 내게 방바닥은 힘들 때 드러눕는(?) 친근한 장소이지만 브라질에서도 그러긴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청소방식도 우리와 다르지만 또 하나 다른 게 있다. 

부잣집에서만 부르는 줄 알았던 청소도우미가 집에 와서 청소해 준다.

일자리 창출 효과 자체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대저택도 아닌 집에 굳이 사람을 불러 청소할 필요가 있나 싶긴 했다.

그런데 시엄마(엄마라고 부르지만 알기 쉽게 시엄마로 표기중) 또한 일을 하셨기에 마당도 있는 이층 집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시아빠는 집안의 다양한 관리와 요리까지 잘하셔서 가사밸런스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마당 딸린 주택이 있는 집의 특성상 필요한 부분이지 싶다. 


총평?

앞으로 내가 브라질에서 살아갈 날에 비하면 22일이라는 시간은 짧기만 하다.

초반의 기억을 적어두는 일을 잊지 말자.

아마 몇 년 후에 이 일기를 다시 봤을 때 굉장히 재밌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